|
|
|
|
 커뮤니티 > 온라인상담 |
 |
작성일 : 07-01-07 01:23
|
글쓴이 :
박주동
 조회 : 2,482
|
|
오늘 자녀교육에 관한 책을 또 한 권 샀다. 그것을 본 아내가 "또 책 샀어요? 책 읽고 변한게 있어요? 책 읽는 시간에 아이들 하고 놀아나 줘요!"하고 한 잔소리 했다. 기분은 좋지 않았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자녀교육에 관한 책을 그렇게 읽어도 나의 생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정말이지 그 시간에 아이들하고 놀아나 주라는 말이 맞다. 그 말을 책 살 때마다 거의 들었던 것 같다. 난 그 말을 들으면서도 늘 다시 책을 샀고, 앞으로도 사서 부지런히 읽을 것이다. 책 읽는 시간에 아이들과 놀아주라는 그 말속에는 기본적으로 '아이에 대해 희생하라'는 말이 깔려 있다. 난 부모들이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아이에 대해서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희생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희생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소유하게 된다. 대개 아이들을 소유하려고 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을 위해서 조건적인 희생을 한다. 희생하려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가능한 좋은 것을 주고자 한다. 그러나 이들이 종종 잊어버리는 것은 좋은 것을 주려 하기보다는 '악한 것' '해로운 것'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며 가장 좋은 것으로만 주려는 부모의 열성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을 치료하다보면 이들의 문제는 좋은 것을 제공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부모의 신뢰,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문제다. 나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주려고 하기보단 아이들의 자존감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게 하기 위해 "이것도 몰라!"하고 던지는 말 한마디에 우리 아이들의 자존감은 다 무너져 내리고, 공부보다 소중한 인생의 자산을 잃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하는 지혜도 얻지만, 더 소중한 지식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지식이다.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꼭 해주어야 할 것을 아는 것보다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을 깨닫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실제적으로 더 유익하다. "이렇게 하라"는 부분에서는 대부분의 책들이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책을 읽는 것은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을 주는 책들이 간혹 있기 때문이다. 그 한가지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난 그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덕분에 난 요즘 '기웅이에게 큰 소리로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은상이에게 더 자주 '회초리'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벌을 줄 때도 내가 화가 나서, 내가 참지 못해서 벌을 주는 일이 없어졌다. 화가 나지 않지만 은상이를 사랑하기에 은상이에게 '회초리'를 든다. 이러한 나의 변화는 아내조차 쉽게 감지 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해 주는 것은 눈에 잘 드러나도,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실천하는 것은 눈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몇 달 전까지만해도 난 기웅이가 '공부잘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난 그 마음을 가지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에 공부잘하는 아이가 아니라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기웅이가 되도록 키워야겠단 결심을 했다. 그 후 기웅이에 대한 교육 태도에 많은 변화가 왔다. 기웅이를 가르치다보면 기웅이의 사고가 민첩하지 못해서 이해의 속도가 느린 것을 알 수 있다. 전 같으면 "기웅아! 아직도 모르겠니?"하고 한 마디쯤 했을 시점에서도 난 기웅이가 배우려고 하는 그 자체에 감사하며, 그러한 기웅이에게 '와! 기웅이 대단하다"는 말을 한다. 이것이 내가 변한 점이다. 모두 부지런히 책을 읽고 수양을 한 덕이다. 아내의 말대로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보단 아이들 옆에서 책 읽는 시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난 가능한 한 아이들 스케줄에 나를 맞추지 않으려 한다. 내가 재미 있고, 내가 즐거운 것을 먼저 하려고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희생하려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기적으로 살겠단 것은 아니다. 아이들고 무조건 놀아주지 않고 아이가 아빠와 협상하러 오면 협상 내용을 보아서 놀아주고, 놀아줄 때 아이들 혼이 빠져 나가도록 놀아준다. 유아체육, 특수체육 하면서 쌓은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서. 그러나 아이들이 먼저 찾아 오지 않으면 난 내 할 일을 한다. 주로 앉아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책을 읽고 있으면 대개 아이들도 옆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 오빠가 책 읽으면 은상이는 아빠한테 와서 책 읽어 달라고 간청한다. 그러면 책을 읽어준다. 책 읽어 준 후에는 또 내 책을 읽는다. 아빠가 책 읽기에 푹 빠진 것을 알면 기웅이 은상이는 작은방에 가서 알아서 놀기 시작한다. 그 때가 내가 가장 행복해 하는 순간이다. 손은 책을 들고 있지만 사실 나의 관심과 마음은 아이들에게 50%쯤 가 있다. 아이들과 금방이라도 놀고 싶을 때도 많지만 한 번 더 참는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스스로 놀기 시작하면 내 마음에 행복이 밀려 드는 것이다. 스스로 노는 그 순간이 아이들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많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내가 하려는 교육은 많이 놀아 주는 것보단 노는 법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해 주는 일이다. 노는 법을 가르쳐 주고 나면 기웅이와 은상이는 아빠와 무관하게 열심히 노는 것을 보게 된다. 내 아이에 대해서 늘 지니고 있어야 할 태도는 "내가 낳은 아이라도 내 소유는 아니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잠시 아이를 맡은 청지기 일 뿐이다. 부모에게는 아이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권위'가 부여되어 있다. 우리는 그'귄위'를 아이들을 소유하려는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부모의 '귄위'를 사용하여 우리 아이들에게 '권위'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궁극적으로 참된 '권위'를 인정하고 복종할 줄 아는 성숙한 아이들로 양육해야 한다. 우리의 소유가 아닌 우리 아이들은 잠시 후면 나의 아이에서, 나의 친구로, 나의 인생 동반자로 자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낳은 아이가 나의 인생 상담자요, 내가 복종해야할 권세자요, 가르침을 주는 스승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미래의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현재 아이들에게 인격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희생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오해해서는 안된다. 이 말은 희생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라, "내가 아이들을 위해 지금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지 말라는 말이다. 부모의 희생없이 어떻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희생한단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지녀야 할 바른 마음은 '감사'이다. 그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자녀들을 기를 수 있어야 감사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난 기웅이와 은상이가 눈물나도록 고마울 때가 많다. 그 아이들만큼 나를 신뢰해 주고, 전폭적으로 사랑해 주는 존재는 없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 때문에 난 많은 위로를 받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았다.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이 내겐 그저 '특권'일 뿐이다. 내가 아무리 변명을 해도 아내의 눈에는 여전히 '책만 읽고 말만 하는 아빠' '머리로만 아는 아빠'로 남을 것 같다. 그런데 가끔 아내가 하는 바른 말을 잘 듣고 있으면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몇 달 전, 혹은 몇 년 전 내가 목이 쉬어가며 아내에게 가르쳐 준 교육 지식이다. 몇가지 가르쳐 준 후 시간이 지나면 아내는 그것을 자기 생각인냥 말한다. 그러한 아내의 잔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래도 가르친 보람은 느낀다. 글쓴이 : 박주동(푸른나무교사) -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을 함께 생각하며...
|
|
|
|
|
|
